나중에 안정된 수입을 보장받는다면 내 수입의 일부를 정기적으로 사회에 기부를 하면서 살고 싶다. 지금은 그런 형편이 아니라서 일상적인 소비에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착한소비(또는 윤리적소비)를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같은 물건이라도 제품의 제작·공정과정이 바르고 사회에 기여를 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소비자로서 실천할 수 있는 윤리적 소비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내가 실천하고 있는 착한소비 브랜드 중 하나는 탐스(TOMS)라는 신발판매 기업이다. 이 브랜드의 신발 한 켤레를 소비자가 구매하면 신발이 필요한 다른 나라의 아이들에게 기부를 하는 ‘One for one’ 기부 마켓팅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기업의 취지가 좋고 이 제품을 구매하면 나의 소비가 세상에 도움이 되겠구나 싶었고, 신발가격이 타 브랜드에 비해 비싸지만 흔쾌히 이 브랜드의 신발을 구매해왔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소비가 진정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행동인가?’라고 냉정하게 질문을 던지는 <애덤 그랜트의 냉정한 이타주의자> 책을 읽었다. “착한 일을 할 때에도 과학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라며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부를 할 때 감성적으로 ‘기부를 한다’는 행위에만 의미를 두지, 그 선행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효율적인 선행을 할 수 없다고 독자들을 꼬집고 있다. 나는 ‘신발을 기부를 하겠구나!’라는 생각만 하였고, 내 소비를 통해 누가 언제 어떻게 도움을 받는지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결과를 모르고 있었다. 나 또한 ‘착한 일’이라는 행동에 갇혀 실질적인 것을 보지 못하는 함정에 빠져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애덤 그랜트가 제시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냉정하게 남을 도울 수 있는 5가지 질문에 따라 내가 탐스 신발을 소비한 것이 효율적이었는지 되짚어 보려한다.
1)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해택이 돌아가는가?
2) 이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가?
3) 방치되고 있는 분야는 없는가?
4) 우리가 돕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5) 성공가능성은 어느 정도이고, 성공했을 때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에 대한 해답을 살펴보았다.
첫 번째로, 2019년 기준으로 탐스는 82개국의 167개 기부파트너에게 9천 5백만 켤레의 새 신발을 필요한 아이들에게 전달하였고, 이를 통해 발과 관련된 질병발생률이 줄고, 학교에서 학습력이 증가하였으며,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고 밝히고 있다. 가장 많은 켤레의 신발을 기부 받은 국가는 케냐, 인도, 에티오피아 순으로 나타났다.(TOMS, 2019) 하지만 이 보고서에서는 신발기부가 주는 구체적인 근거는 제공을 하고 있지 않아 신뢰성이 부족하다.
두 번째 질문은 신발을 가장 많이 기부 받고 있는 ‘케냐’를 기준으로 신발기부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지? 살펴보았다. 케냐에서는 “물 부족 및 환경오염”문제가 가장 심각하기 때문에 신발을 보급하는 것이 케냐국민들을 도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판단되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본다면, 신발기부는 방치되고 있는 분야가 전혀 아니다. 탐스 뿐만이 아니라 ‘스케쳐스’라는 기업에서도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사면 두 켤레를 신발이 필요한 곳에 기부를 하고 있으며 여러 비영리단체에서도 케냐 및 다른 나라 어린이들에게 신발기부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탐스는 신발을 판매하는 비즈니스기업으로서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려워 보인다. 2014년부터 하락세를 보이다가 2019년 탐스코리아는 한국에서 철수하게 되었으며, 신발판매를 위한 디자인개발을 뒤로하고 자선단체로서 기부에만 힘쓴 결과라고 기업컨설턴트들이 비판하고 있다.
물론 착한소비를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것이 훨씬 좋은 일이지만, 좋은 일도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탐
스는 좋은 가치로 출발하여 기부제품을 판매하는 곳이지만, 세상에 더 효율적인 기여가 되려면 탐스신발 보다 더 저렴한 신발을 구매하여 그 차액을 다른 곳에 기부하는 것이 효율적인 소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남을 돕기 위해서 선‘행’에 빠지기보다는 그 행동의 결과를 고려하여 행동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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