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동물은 무엇일까? 2016년 세계 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는 모기가 연간 72만 5000명의 사람을 죽인다고 밝혔다. 모기는 사람에게 단순히 성가신 존재가 아니라, 자칫 잘못 물리게 된다면 사람의 목숨에 큰 타격을 입히는 데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병 기생충을 모기를 매개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기는 온화한 기후와 물웅덩이만 제공된다면 어디서나 서식할 수 있기에 박멸은 거의 불가능하다. 모기 장군을 무찌르기 위해 사람들은 여러 기술들을 개발해 왔으나 틈새를 뚫고 피를 향해 돌진하는 모기를 피하기엔 사람이 대항할 수 있는 역량이 역부족인 듯 보였다.
16세기 이전까지는 말라리아에 걸리면 의학적인 조치도 할 수 없이 고통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다. ‘퀴닌’이 나타나기 전까지. 퀴닌은 남미 안데스 산맥에 자생하는 친고나(cinchona) 나무의 뿌리 및 나무껍질에서 추출한 말라리아 약제로 17세기 선교사를 통해 스페인으로 전래하게 되면서 세상에 널리 쓰이게 되었다. 퀴닌의 보급은 말라리아로부터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구원이었다. 하지만 친고나 재배 가능지역이 협소하여 퀴닌을 얻기 위한 갈등이 빈번하였고 심지어 퀴닌의 유무에 따라 전쟁의 승패가 결정되기도 하였다.
말라리아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면 모기에게 대항하기 쉽지 않을까? ‘모기의 흡혈 과정에서 말라리아 기생충이 사람에게로 이동한다’는 사실은 겨우 110여 년 전인 1902년에 이탈리아 학자를 통해 밝혀졌다. 그 후 모기를 박멸하기 위한 살충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면서, 1940년 DDT 디클로리페닐트리클로로에탄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열성적으로 DDT 사용을 받아들였고 세계적으로 말라리아 구제에 DDT가 폭발적인 지지를 얻으며 사용되었다. 1970대 말 말라리아 발병률은 급격히 감소하였지만 DDT가 가지고 있는 자연의 파괴력을 모른 채 농업 생산에도 널리 사용되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통해 DDT와 같은 합성 살충제가 자연계와 인간에게 얼마나 위험한지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1974년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DDT 사용금지 조치를 내렸다. DDT에 의해 박멸될 것 같았던 모기는 오히려, 살충제에 대한 내성을 키워 더 강한 슈퍼 모기로 다시 인간에게 돌아왔다. 1990년대 들어서는 신종 말라리아를 포함한 다른 신종질병들이 합세해 인간에게 과거보다 더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 지금은 기존 개발되었던 약제에도 내성을 가지고 있는 슈퍼 모기에 대항하기 위해 항말라리아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새롭게 개발된 약제는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말라리아에 취약한 저개발 아프리카 사람들은 접근하기조차 힘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인도적으로 모기를 멸종시키는 연구에 500억 원을 지원하였으며, 그 결과 2015년 미국 학자가 크리스퍼(CRISPR)라는 유전자조작가위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다.
기에게 대항하기 위해 인간이 개발한 전술들이 항상 올바른 결과를 낳지 않는다. DDT의 사용처럼, 유전자조작가위를 이용하여 모기가 멸종하게 된다면 또 어떤 부정적인 파급력이 인간을 해칠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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