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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

by Sinclair R. 2021. 7. 11.

여름의 긴 장마가 시작된 지 5일 차여서 그런지 매우 습하다. 연신 내리던 비는 잠시 멈추고 후덥지근하게 더운 공기를 내뿜는 하루였다. 습하고 덥다. 짱짱한 햇빛을 내리쬐면서도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먹구름은 듬성듬성 하늘을 차지하고 있었고 언제 비를 뿌릴지 타이밍만 엿보고 있는 것 같았다. 창문을 열어놓아도 시원한 바람은커녕 습기만 더 차오를 뿐이었다.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었다. 이런 날에는 '북극으로 여행을 가볼까?' 하고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이원영의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 

 

며칠 전 해양연구를 하는 친구에게 우연찮게 안부차 연락을 했었다. '요즘은 뭐하고 지내려나?' 했는데, 연락할 당시 극지로 가는 일정의 첫날이었다고 대답하였다. "나? 북극에 가는 길이야." 그 친구 연구실은 해양생태를 연구하는 분야라서 해양생태계와 관련된 샘플을 수집하는 대학원 과정 중에 극지를 갈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온다고 했는데, 이번에 기회가 찾아온 것이었다! 내가 그 친구와 함께 극지를 가는 건 아니지만, 그 새로운 경험의 기회에 내 친구가 가게 되었고 새로운 세상을 보고 올 것이라고 상상하니 내가 더 감격스러웠다. 

그런 와중에 북클럽문학동네에서 7월의 뭉클한 선택으로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 이라는 책이 선정되었다. '이 책을 읽으라는 운명의 타이밍인가?'라고 생각이 들었다. 책으로나마 그 친구와 북극여행을 함께 가보고자 이 책을 꺼냈다.


그리하여 나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나름 북극의 날씨를 느끼고자 설정된 독서환경) 이원영 생태학자의 개인 일지를 따라 북극을 간접적으로 탐험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엔 북극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북극곰", "#무너져내리는해빙", "#기후변화"였다. 다큐멘터리와 환경운동관련 칼럼을 통해 접한 북극은 "기후변화로 인해 해빙이 녹아 북극곰이 살 집이 무너져 내린다."는 이미지가 추상적으로 내 머릿속에 그려져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완독을 하고 덮으면서 북극에 대한 키워드를 좀 더 선명하고 풍부하게 추가해서 그려낼 수 있었다.   

여름의 북극 그린란드 난센란에 도착한 이들을 처음 맞이한 건 모기였다. 북극의 여름에도 모기가 있다니.. 상상도 못 했는데 모기는 또 대단한 생물체라고 생각했다(다시금 『모기』 책이 생각나면서 모기에 대한 존경심이 일었다). 북극에서만 관찰할 수 있는 종, 북극흰갈매기가 저자가 북극에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원영 생태학자와 5명의 연구자가 북극에서 보낸 하루를 일기를 통해 생생한 북극에서 연구하는 하루들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조류학자로 새의 행동을 연구하는 저자는 긴꼬리도둑갈매기, 붉은가슴도요, 세가락도요, 꼬까도요 등을 관찰하는 모습. 사람의 손길을 전혀 받지 않은 북극에서의 동물들의 만남과 야생에서의 연구자가 감내하는 일들에 대해서.

나 또한 환경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작년과 올해 몇개월 동안 낙동강 하구에서 조류를 관찰한 날들이 회상되면서 연결되었다. 봄마다 낙동강 하구 섬에서 거친 모래바람을 견디며 조용히 숨죽이면서 쌍안경으로 세가락도요을 '도도도도' 발걸음을 눈으로 따라갔을 때 느낌. 모래 길을 터벅터벅 걷고 새를 찾고 강변의 따가운 소금 바람을 온종일 맞고 집에 돌아오면 침대에 그대로 뻗어버린 지난날들이 책의 한 페이지 페이지마다 연결되어 스쳐 지나갔다. 북극의 여름에 세가락도요라니! 내가 낙동강에서 관찰한 세가락도요는 시베리아에서 남하한 친구들이고 저자가 본 북극의 세가락도요와는 다르다고 책 속에 일러져 있다. 이런 부분 부분 나에게 공감의 기쁨이 일어 읽는 재미를 느꼈다.

그리고 한달 뒤면 북극에 도착해서 이 책 속의 연구자들과 비슷한 환경을 겪을 내 친구를 생각했다. 회색늑대가 연구자들의 텐트를 어슬렁어슬렁 거렸다던데..! 새하얀 북극여우도 볼 수 있을까? 너도 잘 씻지 못하겠구나. 한 달 동안 무사히 연구하다 오렴.... 여러 가지 걱정들. 그러면서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읽고 극지에 가기 전에 손에 쥐어줄걸 하고 아쉬워졌다.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 를 읽고,  한국은 덥고 습한 장마철 7월에 북극의 7월은 어떤지 살짝 엿볼 수 있는 시간이였다. 이원영 생태학자의 북극에서 쓴 일기를 북극의 사진과 함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북극의 여름엔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갑자기 한파의 겨울처럼 눈으로 바뀌는, 그런 예측할 수 없는 곳이라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덕분에 새로운 여름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의 북디자인 및 기획평 (총점: 3.3점/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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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디자인 ★★☆

그린란드 북극을 도형으로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빛에 반사되는 각도에 따라 반짝반짝 빛나는 눈과 해빙이 좋았음. 북디자인 센스 최고. 밝은 형광 노랑 배경색도 개인적으로 좋음

#편집 디자인

극지에서 촬영한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책인데 책을 180도로 펼치면 책의 형태가 훼손되는 제본의 형식이기 때문에 사진을 감상하기에는 불편하였음. 책을 활짝 펼칠 수 있는 형태로 제본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하였음

두페이지를 연결하여 감상할 수 있는 사진을 깔끔하게 볼 수 없어 매우 안타까웠다

 

#북클럽 기획

1. 북캐릭터카드 2. 관찰일지카드 3. 북리뷰카드 4. deep and wide 큐레이션으로 구성된 북 가이드집이 왔다. 책을 이틀 만에 읽어버려서, 관찰일지를 7일 동안 작성하는 건... 패스. 큐레이션을 통해 관련된 책을 추천해주는 걸 더 읽어보려고 한다. 이번에 북클럽 기획 너무 사랑함..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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