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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2020,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by Sinclair R. 2020. 7. 17.

주르륵 주르륵 비가 내린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카페 테라스에 앉아 비가 내리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가 온다. 아주 많이 온다. 비로 인해 축축하게 공기를 무겁게 적신다. 장마다. 요 며칠 계속해서 비가 끊임없이 왔고, 계속 올터이다.

"비가 온다"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재즈음악과 빗소리의 합창을 즐기는 시간? 간만에 동네 친구를 불러서 함께 바삭한 파전 한 접시에 막걸리가 땡기는 날? 아니면 괜히 바깥에 나가서 축축하게 젖지 않고 방에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뽀송하게 집순이로 있고 싶은 날? 비를 보며 떠올리는 생각이 다를 것이다. 비가 오는 날의 운치를 내가 떠올릴 때, 누군가에게 비는, 이 쏟아져 내리는 이 폭우는, 그 사람의 세상을 집어 삼켜버리는 무서운 존재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 비는 조금 귀찮고 찝찝한 정도라면, 그 정도의 비로도 한 사람의 안식처인 집이 불안전한 공간으로 변모한다. 축축한 공기와 어디선가 똑똑 빗물이 새고, 장판이 물러 터져 그 틈을 타 곰팡이가 피어오른다. 그런데도 어찌할 방도가 없다. 그래도 그 사람의 보호막인 소중한 집이다. 하지만 비가 너무나 많이오면 심한경우에는 집이 떠내려 가기도 한다. 

장마로 인해 여기저기 피해 뉴스가 끊이질 않는다.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자연재해로 여러나라에서 매년 피해가 더욱 잦아지고 있다. 언론과 매스컴에서 계속해서 보도되고있는 엄청난 규모의 재난 뉴스는 오히려 내 마음을 둔감하게 만들 뿐이다. "어머.. 이렇게 피해가 커?" "어쩌나.." 그 뉴스를 까딱 하는 시간만큼만 아파한다. 그 뿐이다. 정작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은 온전하고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점이 기후변화와 환경재난이 지구에게 주는 큰 문제점을 지적해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기후변화으로 인한 피해의 불균형과 빈부격차.

자연재난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물론 지리적인 이점을 가진 지역은 피해를 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충분히 기후 재난에 대응하고 재건할 수 있는 능력과 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기후 재난에 취약한 사람들은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잃고 만다. 그래서 오히려 더 불균형이 가속화된다. 또한 전세계가 기술로 인해 연결되어 현 상황을 투명하게 알 수 있는경우,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는 피해와 문제에 대해서 둔감해지고 피해민에게 직접적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없기 때문에 더 무기력해진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의 <2050 거주불능 지구>는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을 12가지 분야로 나누어 조목조목 나열해준다. 예측된 지구가 아니라 지금 1도가 오른 지구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책을 읽는 내내 거북하고 무기력증이 찾아왔다. 나도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는 체념하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기후변화"에 힘이되고 싶어하면서도 정작 "기후변화"가 어떤 무서운 영향을 불러오는지 알고 싶지 않아했었다. 무서웠다. 그래서 그 실상을 파헤치고 싶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체념하고 있던 우리들에게 FACE TO THE REALITY!!!!를 외치며 다 따져준다. 가슴을 찢어놓는다.

하지만 이미 국제적으로 지구의 온도를 1.5도씨 올라가는 것으로 유지하자고 한 약속은 끝이났다. 2016년 지구 공기 내 이산화탄소의 량 400ppm이라는 임계점을 돌파하면서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지구 온난화의 한계는 이미 지나버렸다. 이제부터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계속 될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그래서...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속수무책으로 지구온도가 올라가는 것만 구경만 할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미 끝났으니 나몰라라 YOLO 라이프를 즐길까? 그냥 막?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다. 현재 중요한 것은 기후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고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냐에 따라서 바꿀 수 있다. 물론 이미 한계점을 지났기 때문에 과거의 좋고 안정스러운 환경은 기대할 수 없다.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은 잦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이러한 재난이 밀려오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 지금 우리가 노력해야한다. 한사람 한사람이 모여서 같은 마음으로 연대를 형성한다면 환경재난에 조금이라도 더 모두가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고, 대비할 수 있는 세상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한사람 한사람이 소중하고 그 사람들의 세상을 존중하는 힘으로 부터 나오는, 서로가 연대하는 힘은 강력하다. 우리는 무관심으로 인해 한 사람이 지구를 파괴하도록 그대로 나둘 수 있고(그 결과는 모조리 모두의 책임으로 돌아온다), 우리의 관심으로 올바르게 환경을 유지하고 세상을 지켜나갈 수 도 있다. 

비가 내리는 오후에 운치를 생각했던 나를 미워하며, 장마철 비를 보면서 사람들의 세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기도하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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