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이 빠르게 진보하고 모든 것이 급격하게 진화되는 세상에서 나의 2세에게 1가지를 알려줄 수 있다면, 당신이 가르쳐 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읽고 사람들과 토론을 하다가 나온 질문 중 가장 인상이 깊었던 문항으로, 나는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자연과 교감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다"라고 대답했다. 지금도 그 대답은 유효하다. 프레드 프로벤자의 <영양의 비밀>을 읽고 내 대답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아주 어릴 적 산골에서 자랐다. 산골 촌년이었다. 수세식 화장실과 집이 구분되어 있던 산골 시골집은 산을 바로 옆에 끼고 있었던 터라, 심심하면 쑥을 뜯거나 풀들 사이로 빼꼼 펴있는 할미꽃을 보러 다녔다. 옆집 담벼락을 넘어 앵두나무가 열매를 맺으면 슬쩍 몰래 따서 간식으로 먹었고, 밤에는 개울가 근처에서 빤짝빤짝 꼬리에 빛을 내던 반딧불이를 보았다. 엄마를 따라 근처 이모집에 가서 초여름에는 손이 시꺼매질정도로 오디를 주워다 입 속에다가 담고, 옷을 보랏빛으로 물들였었고, 늦가을이 되면 홍시를 따먹기 바빴다. 오빠랑 개울가에서 도롱뇽을 잡고 놀기 신이 났으며, 새벽에는 무거운 이슬때문에 움직이질 못하는 메뚜기를 잡고 간식으로 즐겨먹었다.
어릴 적 자연과 교감했었던 기억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게 하는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자연에서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다 아버지께서 깊이 생각하시고 계획하셨던 일이였다. 어릴 적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살아 놀게 해주고 싶으셨다고 나중에 고백하셨다. 진심으로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나에게 소중한 경험을 선물로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러한 경험의 기억이 연결되어서 지금 나는 자연을 더 깊이 알고 이해하기 위해서 생태학을 공부하고 있다. 생태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으로써, 생태학자 프로벤자 교수님의 글을 읽게 되어 무척 반가웠다. <영양의 비밀>은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느냐, 어떤 영양이 좋으냐 하는 글이 아니다. 자연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 프로벤자 교수님의 가치관을 담고 있는 철학책이다. 책을 거듭읽어가면서 깊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내가 공부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 내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진지하게 나는 "세계 평화"를 꿈꿨다. 환경과 관련한 세계 평화. 구체적으로 그려나가고 실천하기 위해서 세상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고(어떤 게 좋은 기준인지, 어떤 게 나쁜 것인지 기준을 깨닫기 위해서)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꿈이 하나 둘 수정의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내 꿈이 오만이었다는 것을 뼈 때리듯이 깨달았다. 환경에 대해서 지식을 쌓아가는 것이 역량을 키우는 게 아니라는 것을. 지식의 역량으로 뭔갈 이뤄낼 수 있다고 있는 믿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라고.반성으로 얼룩진 나의 꿈을 다시 재정비하면서, 위에서 언급한 질문이 떠올랐다. 그리고 프로벤자 교수는 이 글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든 생명체 간의 사랑을 통해서 이뤄낼 수 있다고 토닥여준다. 다시금 어릴 적 내가 받았던 선물을 회상하면서, 나 또한 미래의 후손들에게 내가 받은 선물을 온전히 느끼게 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공부에 정진해야겠다. 감사합니다.
'Book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니체 곁에 그의 사람들이 없었더라면(feat. 4줄 서평) (0) | 2020.07.11 |
---|---|
엔진을 가동시키기 위한 토대 (0) | 2020.07.07 |
사진의 온도차℃ (0) | 2020.06.23 |
디지털 유산에 대해 생각하다 (2) | 2020.06.14 |
유럽문화를 형성한 힘의 원동력 (2) | 2020.05.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