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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디지털 유산에 대해 생각하다

by Sinclair R. 2020. 6. 14.

디지털이 없는 시대를 상상하기 어렵다. 누구나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고,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간단한 검색을 통해서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 인터넷, SNS, 디지털 커뮤니티가 너무나도 당연한 세상에 살고 있다. 이런 디지털 시대가 우리 생활 속에 보편화된지는 불과 14년밖에 되지 않았다.

"타임지"에서는 매년 person of year을 발표하는데 2006년의 주인공은 바로 컴퓨터 속의 YOU였다.  개개인이 디지털 세상 속에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디지털 시대의 보편화를 알리는 것이다.  2006년, 나는 초등학생이었고 방과 후 일상은 "세이클럽"을 들어가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도토리 하나로 친구의 연을 맺고 홈페이지를 꾸민다고 공들이는 게 얼마나 소중했었는지. 세이클럽, 싸이월드가 제일 유명한 소셜 커뮤니티였다. 2006년에 페이스북이 처음 개설되었다. 빠릿빠릿 새로운 것을 잘 습득하는 친구들은 페이스북을 시작하기도 하였지만, 난 디지털보다 아날로그를 선호하여 페이스북은 고등학생이 지나고 나서야 가입할 수 있었다.  

2006년의 주인공은 "YOU"

2020년, 현재는 디지털이 없으면 소통을 할 수 없는 시대다. 모든 일상이, 연락망이 SNS을 통해서 연결되어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을 하지 않으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취급받는다. 카카오톡은 Default option이다. 필수 불가결하다. 카카오톡이 없으면 업무를 할 수가 없다.

초등학생 때부터 디지털을 접해 왔기 때문에 디지털 이민자라고 하기엔 멀고... 그렇다고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할 수도 없는 애매한 위치에 있다. 어디에 속할 수가 없다. 또한 어릴 적부터 손편지, 만나서 하는 대화, 아날로그적 감성을 선호했던 터라 디지털 커뮤니티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지금도 디지털세상과는 어색하다. 내 개인정보가 디지털 세상 속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이 너무 싫어서, 소극적으로 계정만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단지 그 계정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글만 읽거나, 내가 원하는 정보만 습득하는 정도로 그치는 정도다. 페이스북 계정도 삭제해버렸다. 구체적인 이유를 찾진 못했지만, SNS에 대해서 오픈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내 정보가 디지털 세상 속에서 두둥실 두둥실 떠다니고 있을 생각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살아있을 때도 디지털 세상 속의 정보들을 다 컨트롤하지 못할 것 같은데... 내가 죽는다면 이 정보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사후의 디지털 데이터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미처 생각하지 못한 주제로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을 읽게 되었다.

디지털이 세상을 거느리는 시대에, 우리의 죽음에도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생각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극적인 태도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던 나의 생활을 다시금 생각하고, 실천을 하도록 장려하는 책이었다. 

평소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 곱씹어 생각을 해본다.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고 열심히 살게 되는 게 아닐까? 모두가 영생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살아있을 때만큼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디지털이 일상화되면서, 디지털 세상 속 유산이 죽음의 의미와, 죽은 자를 추모하는 방법을 변화게 만들고 있구나 생각했다.

이 책 속에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나온다. SNS를 평소 일상처럼 사용하던 사람이 죽게 되면서, 사후에 남겨진 디지털 정보들을 어떻게 처리하게 되는지. 디지털 정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는지. 그리고 해당 당사자의 허락 없이, 디지털 정보를 삭제해도 되는지. 윤리적이고 철학적으로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그리고 죽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디지털 정보, 그 사람이 남긴 디지털 유산을 그대로 남기는 것이 타당한지. 아니면 삭제하는 것이 타당한지. 죽은 사람이 그리울 때 그의 계정에 남겨진 글과 사진을 읽으며 위로받는 사람들 입장까지도. 여러 이해관계를 곱씹어 볼 수 있었다.

정답은 없었다. 해답은 내가 갑작스럽게 죽지 않는다면, 미리 내가 디지털 유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디지털 세상에서라도 사람들에게 나라는 존재를 알려주고 싶다면 계정을 삭제시키지 않아도 된다. 내 계정이 사라지지 않고, 내 정보들을 파손시키지 않도록 설정하면 내 디지털 유산은 영원히 지속될 수도 있다.  아니면, 깔끔하게 계정을 정리하고 삭제할 수 있도록 해야겠지. 

디지털 시대에 비교적 소극적이고 회의적으로 행동했던 나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달리 먹게 되었다. 내 일상을 공유하는 것도 어색하고 어렵지만 일상을 올려볼까? 고민하게 되었다. 사실 나의 일상보다, 가족들과 추억, 기억을 오래도록 보고 싶고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죽고 나서,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서 추억을 회상을 하며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여러모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소중한 책이었다.

당신은 당신의 유산이 세상에 영원히 남기를 바라는 가, 아니면 당신이 남긴 디지털 발자국이 파도에 쓸려가는 모래사장의 발자국처럼 완전히 사라져 버리기를 바라는 가? 당신은 디지털 기술을 통한 불멸과 신체적 기술적 사멸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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