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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할머니는 치매가 걸릴 운명이었을까?

by Sinclair R. 2020. 5. 17.

하루는 할머니께서 내 뺨을 때렸다. 그제야 할머니의 치매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반적으로 치매는 기억력이 감퇴하고 누군지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것과 다르게, 우리 할머니께서는 극도의 외로움폭력성을 보이셨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의 치매 증상을 애써 부정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할머니의 치매 증상을 막을 수 있었을까? 할머니는 치매가 걸릴 운명이었을까?


한나 크리츨로우, <운명의 과학>

나는 한나 크리츨로우의 <운명의 과학>을 읽으면서, 이 질문에 "할머니의 치매는 운명일지도 모르겠다."라고 대답하였다. 할머니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책과 관련된 느낌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저자는 <운명의 과학>이라는 책에서 "개별 인식, 의사결정과 같이 인간의 행동에 대해서 생물학적 접근하여 운명에 대해서 궁금증을 풀어보려고 노력했다. 뇌를 통해 신경과학적으로 사람들의 행동 패턴 및 여러 가지 양상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뇌과학적인 내용과 철학적인 내용이 두루 담겨있어서, 책을 계속 곱씹으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Chapter 2. 발달하는 뇌에서 유아기-청소년기-노년기에 따라서 뇌의 메커니즘을 깨닫게 해주는 부분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 Chapter 2. 발달하는 뇌 }

(feat. 그 나이 때 그 행동엔 다 이유가 있다)

왜 그렇게 우리 조카는 예쁠까? / 10대들은 왜 반항적일까? / 라떼는 말이야... 나도 나이가 들면 꼰대가 되는 걸까?

# 왜 그렇게 우리 조카는 예쁠까?

우리 조카는 매우 사랑스럽다. 다른 아기들을 평소에도 예뻐라 하지만, 우리 조카만큼 이렇게 세상 안 예쁠 수가 없다. 사랑둥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듯이 예쁨 받는 행동만 골라하는 것 같다. 나를 기억하는 것도 신기하고, 자신이 어떻게 하면 예쁨을 받는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을 하는 것도 신기하다. 왜 이렇게 예쁠까?

아기들에게는 사람들에게 예쁨을 받고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어떠한 이유가 있을까

p.048
신생아는 이미 사회적 교류 능력과 큰 호기심을 갖고 태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고 세상을 탐험하려는 욕구는 양쪽 모두 번식, 친구 만들기, 사회 집단 정의하기 등의 기본적인 것에서 신념 체계의 발달에 이르기까지 성인의 온갖 행동과 밀접하게 연간 되어있다. 이런 것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우리에게 제공되는 것이다.

새로운 경험들을 학습하고 뇌의 신경연결을 가지치기하는 과정에서 3세에서 4세에 뇌의 배선에서 거대한 도약과정을 거친다. 세상을 관찰하고 교류하면서, 아이들은 학습을 통해 자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빠르게 습득한다. 그래서 어릴 적에 어떠한 행동을 하고, 어떠한 경험을 하는지 아주 매우 매우 중요하다.

그럼 우리는 아기에게 어떠한 양질의 학습을 줄 수 있을까?  아기에게 최대한 많이 말을 걸어서 아이가 학습할 수 있는 자료를 풍부히하자.  


# 10대들은 왜 그렇게들 삐딱하고 반항적일까? 

내가 학교다닐 때만 해도, 후배들을 보면서 "어이구 요즘 어린애들은 참 이상해."라고 했다.  시간이 지난 후 그 아이들이 나에게 자신들의 후배를 보며 "아, 누나 요즘 어린애들은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라고 한다. 그리고 아주 먼 옛날, 소크라테스도 그 시절 젊은 애들에게 그랬다. "요즘 아이들은 사치를 좋아한다. 이들은 행실도 나쁘고, 권위를 무시하고, 어른들을 존경하지도 않는다."

10대때 반항은 자연스러운 현상인 걸까? 책을 읽으면서 나를 더 폭소하게 된 사실은 10대의 반항기는 인간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쥐와 관련한 실험에서도 밝혀졌는데, 어른 쥐보다 10대 쥐들이 패거리로 몰려다니면서 술을 마시고, 사람처럼 또래들의 압력에 예민하다고 한다.

10대에 생물학적으로 뇌의 회로에서 급변의 시대를 가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시기는 생물학적 큰 변화로, 이마 뒤에 자리 잡고 있는 앞이마 겉질 성장과정 중에서 10대들은 다른 시기와 분명하게 별도의 형성기를 지니면서 신경로가 잘 변하고 열정과 창의력이 고조되면서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증이 증폭된다. 이 시기에는 독립적인 정체성을 수립하고 가족이라는 맥락에서 벗어나서 기능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아기에는 학습을 통해서 지각과 신념에 관해서 기본적인 길을 닦을 수 있는 과정이었다면, 청소년기에는 축적되어있던 길들을 고속도로 닦듯이 재건설하는 시기라고 이해해도 될 듯하다.) 

p.067
청소년기의 뇌는 성인에 비해 사회적 배제에 극도로 민감해서, 또래로 부터 무시를 당하고 나면 심한 불안과 처진 기분을 경험한다.  또래에 초점을 맞추는 10대에서는 사회적 나를 발달시킬 필요성이 전면에 등장한다.

나는 이 시기를 어떻게 거쳐갔는지... 중학생 시절을 돌이켜보면, 세상 제일 고민이 많고 걱정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했던 고민들이 지금 더 강한 나로 있어주게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면서 정말로 10대 때 가정환경이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10대에는 또래 동지와 관계성을 형성해나가고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가정 속에서 안정적인 지원이 뒷받침해주어야 하는 필요성을 더 느꼈다. 집에서도 안정을 느낄 수 없다면, 어디로 튈지 본인도 모를 것이다. 

그러면서, 10대들의 성장기를 다룬 넷플릭스의 <빌어먹을 세상 따위>와 <부부의 세계> 준영이가 머릿속을 스쳐갔다.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른다. 너무 튀어서 아플 정도이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한 창조성을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불안한 가정은 아이들을 더욱 올바르지 못한 길로 유도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너무나도 가혹한 가정환경에 있는 주인공들은,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반항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넷플릭스의 <빌어먹을 세상따위>와 <부부의 세계> 준영이에게서 느껴진 10대들의 독특성 

 


# 라떼는 말이야.....? 나도 나이가 들면 꼰대가 되는 걸까

아기- 청소년기와 같이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축적을 할 수 있는 활발한 형성기가 지나고 나서는 어떻게 될까? 나이가 들면 도태되는 건 당연할 걸까? 다행히도 그건 아니다. 아래와 같이 다른 인지 기능은 평생 발달한다고 한다.  

p.071
만 35세가 지난 사람들은 반응 속도 같은 저수준 인지 기능과 즉석 추론 같은 여러 가지 고수준 인지 기능이 느려질 수 있지만 또 다른 인지 기능은 평생 계속해서 발달한다고 한다. '결정화된 능력'에 해당하는 것으로 폭넓은 어휘, 세상에 대한 지식 같은 것들이 포함되면 이런 것은 나이가 들수록 더 나아진다.

계속 그렇다면 왜? 나이가 들면 들수록 다른 새로운 주장에 열리지 못한 사고를 가지고 자신의 주장에 완강해지는 라떼세대가 되는 걸까? 그것은 바로 나이 든 뇌는 귀, 눈, 기타 감각기관을 통해 유입되는 새로운 정보보다는 기존의 경험과 예상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경험을 얻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함이다. 이는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여러 가지 경험을 기반으로 그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지혜를 가지는 장점을 보여준다.

 p.073
지혜란 평생의 학습에 따라오는 보상 같은 것이며 이것은 노인들이 새로운 경험과 정보를 추구하는 10대들보다 동기부여가 떨어지는 점을 보상해 준다. 노인들은 그런 동기가 10대들만큼 간절하지 않은 것뿐이다.

그렇다면 세상에 대한 지식과 지혜를 두루 갖출 수 있는데, 왜 우리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면서 치매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하는 걸까?

치매는 매해 전 세계적으로 770만 명 사람들이 걸리는 것처럼 비만과 같이 세계적인 골칫거리이다. 치매에 걸리는 이유로 낮은 비율은 유전적인 요인 있으며, 비만, 신체활동 부족, 우울증, 사회적 접촉 결여, 흡연, 교육의 조기 박탈 등 생활양식에서도 치매에 걸릴 인자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혀졌다. 하지만 치매에 걸리는 공통적 메커니즘은 신경세포들이 죽는 것이다.

치매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방지할 수 없을까? 옛 통념에 의하면 신경세포들은 유한적이라서 아무 방도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최근 연구에 의해서 신체활동이 뇌에 새로운 세포의 탄생을 유도하는 것을 밝혀냈다고 한다.(운동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네)

<뇌를 보호하는 팁>

신체활동활발히 / 꿀잠자기 / 사회활동유지하기 / 식습관점검 / 공부는끊임없이 / 긍정적인마음유지하기

 

이 내용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는 행동이나 지각, 신념에 관하여 저자는 생물학 관점에서 운명론을 이야기한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의 의견을 빌려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리는 정말로 자유의지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지 이야기한다. 책의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다시 한번 자신이 생각하는 운명의 정의를 아래와 같이 정리해준다.

나는 자신의 운명을 발견하는 것이 자율성을 높여 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운명이란 우리의 결함, 우리의 내재적 편견과 성향을 달리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책을 마무리하면서, 이 정의를 곱씹으면서 다시 할머니의 증상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할머니의 치매는 내면의 외로움과 한이 증폭되어 외부로 표출되어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곤, 납득이 갔다. 할머니는 할머니의 결함, 내재적 편견을 안고 살아갔다. 그 운명 속에 본인을 그대로 가두어두셨다.

할머니는 치매가 찾아오기 전부터 감정 기복이 크고 어떤 사람인지 알기 매우 어려웠다. 어릴 적에는 할머니가 많이 무서웠다. 할머니 집을 들어서면 알 수 없이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셨고, 매서운 말투로 쏘아대셔서 다가갈 수 없었다. 커서 깨달았다. 할머니는 많이 약하셨다. 외로움을 매우 많이 타셨고, 이야기하다가 잘 우셨고, 매사 걱정과 불안해하셨다. 커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할머니의 가족사에는 큰 굴곡이 있었다. 어떤 일인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할머니는 가족과 연을 끊고 사셨기 때문에 할머니에게 평생의 한이 맺히셨고 외로움의 크기는 채울 수 없을 정도로 커졌던 것이다.

치매를 치료하는 방법, 뇌세포를 다시 살릴 수 있는 방법 여러 가지로 생물학적으로 치매라는 증상을 거스를 수 있지만. 내가 바라본 할머니는 아무리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아니면 더 깊이 할머니의 자율적으로 아플 운명을 선택하신 것 같다. 마음의 고통을 고이 간직하여서 계속 그리워하고 싶으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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