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의 삶으로 살펴본 생태관광의 철학적사고
성철평전 북서평
# 남기고 가지 말 것
‘박영숙이 다녀갔네요. 태국 시밀란 섬 국립공원에’. 산호 위에 선명하게 새겨진 세 글자가 알려주고 있었다. 세계 10대 스쿠버다이빙 명소로 지정된 태국의 시밀란 섬 인근 해양 수심20m을 다녀간 사실을 온 세상이 알게 되었다. 지난 2016년 태국 보호지역에 무분별하게 낙서를 한 무개념 관광객들에게 태국은 뿔이 났다. 자연을 훼손하는 관광객들에게 화가 난 곳은 태국뿐만이 아니라, 유명관광지에서는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문제이기도 하다. 이렇듯, 흔적을 남기고 싶은 인간의 본성은 관광지에서 무분별하게 드러난다. 관광지에 이름을 새기지 않았더라도, 관광객들은 여러 가지 행태로 흔적을 남기고 떠난다. 관광객입장에서는 잠시 머물다간 휴양지일 뿐이겠지만, 그 관광지에는 관광객이 버려두고 간 쓰레기들과 흔적들은 오래도록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면 흔적을 남기지 않는 여행을 보낼 순 없을까? 기존 관광의 부정적 환경과 사회 문화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도로 대안관광이 있다. 문화, 교육, 과학, 모험 등 광범위한 대안관광의 범위의 일부에 속해있는 생태관광은 방문 지역의 환경과 문화를 보존하고, 그 지역을 이해하고 감상을 추구하는 해석적 관광이다. 생태관광은 자연기반관광의 의미를 넘어서 사회가 자연에 대한 환경적 가치를 이해하고, 지역사회 경제를 활성화시키며, 문화적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 철학적 실천이다. 인간과 자원의 관계에서 ‘자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을 고려하여 생태관광에서 요구하는 태도를 가꿀 수 있다.
불교의 선수행의 성인(成仁)인 성철스님의 삶으로부터 생태관광의 철학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평생 부처님의 말을 몸으로 실천한 성철스님으로부터 견성(見性), 공덕회향(功德廻向), 이타행(利他行)실천 3가지의 불교 핵심 철학을 통해 생태관광에서 기본으로 갖추어야 할 배경은 아래와 같다.
01. 견성(見性); 나를 바로보기
불교에 따르면 모든 만물의 내부에 부처님을 지니고 있다. 모든 중생이 태어나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본성은 부처님과 같지만, 마음 속 내부는 뿌옇게 안개가 끼여있어 자신의 내면을 바로 볼 수 없다. 본연의 내부를 보기 위해서는 마음을 닦는 공부를 해야 한다. 마음을 닦는 가장 빠른 방법은 참선이며, 수행을 통해 성불(成佛)할 수 있다. 성철스님은 견성이 곧 성불이라고 주장하였다. 성철스님은 제자들에게 견성을 위한 마음가짐들을 가르쳐주었다. 공부인은 나를 낮추고(下心) 겸손한 태도로 모든 것을 희생하여 나는 보잘것없는 존재로서 수행하는 사람이며, 자신을 속이지 않고 양심대로 수행할 것을 일렀다. 자연을 바로보는 입장에서 우리는 자연을 지배하는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를 바로 본다면 세상 속에서 보잘것없는 사람이다.
02. 공덕회향(功德廻向)
깨우친 후 중요한 것은 내가 아니라 남이다. 견성을 통해 성불한 후에서는 내가 쌓은 공과 수행한 덕으로 남에게 베풀어야 한다.. 성철스님께서 조계종의 종정으로 있을 적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아래와 같은 불교의 진리를 알렸다.
“모든 생명을 부처님과 같이 존경합시다. 만법의 참모습은 둥근 햇빛보다 더 밝고 푸른 허공보다 더 깨끗하여 항상 때 묻지 않습니다. 악하다 천하다 함은 겉보기일 뿐, 그 참모습은 거룩한 부처님과 추호의 다름이 없어서, 일체가 장엄하며 일체가 숭고합니다. 그러므로 천하게 보이는 파리, 개미나 악하게 날뛰는 이리, 호랑이를 부처님과 같이 존경해야 하거늘 하물며 같은 무리인 사람들끼리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뿐만이 아니라, 자연의 모든 만물을 부처님과 같이 존경하라는 의미이다. 성철스님이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라고 말한 것처럼,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람과 자연은 평등한 관계로 생각하는 철학이다. 또한, 불교에서는 모든 만물이 연결되어(연기(緣起))있기 때문에, 자연을 대하는 나의 행동은 나에게 다시 돌아올 것임으로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을 존중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일렀다.
03. 이타행(利他行)실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무분별한 파괴로부터 자연을 보존하고자 하는 생각은 지니고 있다. 하지만, 자연을 보존하고자 하는 사상만 지니고, 실천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성철스님은 몸소 수행과 참선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이타행을 실천하셨다. 이타행은 자기보다 남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행동으로, 본인이 누릴 수 있는 편리함보다, 자연을 먼저 생각하여 최소한의 영향만을 주기 위해서 근검절약하는 삶을 사셨다. 최소한의 음식만 드셨고, 평생 누더기를 깁어 입으셨으며, 화장실에서 휴지 한쪽도 반으로 접어 접어 아껴 쓰셨다.사소한 행동으로부터 실천을 보여주었다. 수박 한입도 덜 먹고 버리는 비구승이 있더라면, 바로 꾸짖어 과육부분이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게 할 만큼 엄격하였다.
# 진정으로 남겨야 할 것
성철스님이 열반에 오른 후, 세상에 남기고 간 물리적 흔적은 거의 없었다. 성철스님의 다비식 후 습골에서 모아진 사리, 평생 입어왔던 누더기 옷과 죽비뿐이었다. 성철스님은 스님의 용맹정진한 참선을 통해 그와 함께 동시대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사람들의 본래면목을 볼 수 있도록 깨우침을 남겼다. 사람들이 세상과 만물 속에서 살아가는 태도와 철학을 새기었다.
생태관광을 통해서 관광객이 진정으로 남기고 가야 할 것은 무엇일까? 선불교에서 강조하는 철학을 통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연을 무분별하게 이용하고, 지배하는 입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은 동일한 위치에서 모두 존중해야 한다. 존중하는 마음으로 자연을 대하면서, 최대한 자연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자연을 기반으로 생태관광을 하는 관광객은 자신의 편리함보다는, 자연을 보존하고 보호하려는 이타행을 실천하여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여야 하고,그 관광객의 지역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여야 한다. 관광객이 생태관광을 함으로써 관광지를 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보존하고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문화를 남겨 전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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