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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Loving the run again

by Sinclair R. 2020. 4. 16.

 


이제는 매일 아침 저절로 눈이 떠진다. 근육들이 속삭인다.

"아침이야. 뛸 시간이라구!!" 라고 신호를 보내며 나를 깨우는 것일 테다.

이는, 내가 벌써 움직임의 달콤한 보상에 중독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인가 보다.



# 불 같이 타올라 짧게 끝나버린 인생 러닝

내 인생 러닝은 작년 2019년 11월에 부산 다대포 마라톤 대회에서 하프코스를 완주한 것이다.

대회를 참가하는 데 큰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었고, 평소에 달리기를 열심히 해 온 것도 아니었다. 또한 큰 기대를 가지고 대회에 임한 것도 아니었지만, 나에게 그 달리기는 큰 의미로 채워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지난여름, 나를 크게 짓누르고 있는 원인모를 압박감과 답답함을 이겨내기 위해 학교 운동장을 달려본 것이 시작이었다. 평소에 운동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지만, 그냥 달려보았다. 그냥 뛰니까 복잡한 생각도 들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숨이 차오르는 느낌이 내 생각의 숨통을 틔어줬다. 그게 몇 번 반복되더니 운동장 밖의 다른 공간에서도 뛰어볼까 하고 자연스럽게 마라톤 하프코스를 신청해버렸다. 

마라톤 하프코스 신청 이후, 대학원 생활은 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고 밤을 지새우며 프로젝트를 처리하는 기간이 길어져 달리기를 할 수 없었다. 대회날이 점점 다가왔지만, 대회를 준비할 겨를도 없었다. 당연히, 내 근육들을 러닝으로 단련시킬 수 없었다.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준비도 안 하고 달리면 몸이 다칠지도 몰라. 출전을 하지 말까?' 시작도 안 해보고 대회 신청을 취소하는 걱정부터 했다. 그렇게 대회 전날까지 전전긍긍하며, 한 달 내도록 뛰지 못했다.

인생러닝의 장소 낙동강 하구

하지만 "출발선이라도 밟아보자."라는 마음을 가지고 내 몸뚱이를 이끌고 대회장으로 갔다.  속도를 내며 달리는 사람들과 비교하지 말고, 내 페이스대로 즐겁게 달려보기로 했다. '느려도 괜찮으니까 몸 다치지 않게 즐기자. 출전을 한 것만으로도 최고야!'라며 내 근육들에게 힘을 돋아주었다. 그렇게 뛰다 보니, 욕심이 조금 생겨서 "완주라도 해보자."라며 나는 뛰는 내내 배시시 베시시 웃으면서 나의 러닝을 즐겼다.

난생처음으로 2시간 50분 동안 뛰었다. 뛰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단지 즐거울 뿐이었다. 달리는 게 힘들지 않았다. 어느 시점부터는 내 의지와 다르게 내 다리는 계속 달리고 싶어했고, 내 스스로 멈출 수 없었다. 달릴 때 부는 바람들이 시원하게 내 땀들을 씻어내려 주었고, 내 근육들은 내가 듣고 있는 음악의 리듬과 장단에 맞춰서 달려주었다. 입꼬리는 내려갈 틈이 없었다. 헤헤. 행복했다.

시작할 땐 생각하지 않은 완주도 하게 되었다. 완주에 대한 성취감보다는, 어떻게 보면 대회 준비도 하지 않은 무모한 상태에서 두려움과 불안감을 떨쳐내고 포기하지 않고 해보려고 한 내가 기특했다. 그리고 앞서 걱정한 날들이 무색하게, 아주 즐기면서 달리기를 했다는 사실이다. 해냈다!

나의 무모하지만 용감했던 인생 러닝 이후, 한 동안 달리지 않았다. 달릴 땐 힘들진 않았지만, 경기 이후 내 근육들이 몸살을 일으켜 회복기간이 길어졌다. 발톱도 2개나 빠지고, 근육들은 울부짖었다. 미안 애들아 



# 뜨끈하고 오래 러닝과 나의 러브스토리를 이어가 볼까

달리기의 애정과 열정의 불씨가 다 꺼져갈 시점, 켈리 맥고니걸"움직임의 힘"은 나의 달리기에 대한 사랑을 다시금 불 지피게 해 주었다. 불 같이 순간 타올라서 빠르게 꺼져버려 길게 이어지지 않은 러닝에 대한 짧은 사랑을, 꾸준하고 오래 오래도록 러닝과 사랑을 길게 키워갈 수 있도록 해 준 책이다.  

저자는 장거리 달리기로 맛볼 수 있는 러너스 하이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의 경험에 빗대어 첫 번째 챕터(끈질긴 노력 끝에 맛보는 짜릿함)에서 백번 공감하였다. 나 또한 그 날, 러너스 하이를 경험했던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움직인 보상으로로 뇌에서는 "엔도카나비노이드"를 뿜어 날 행복 속으로 인도해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러너스 하이 runner's high는 달리기의 짜릿함이 아니라 끈질긴 노력 persistence 끝에 맛보는 짜릿함이다.
-p36

세상만사가 술술 풀릴 것 같고 모든 사람이 멋져 보이죠.
그런 기분을 맛보고 싶으면 하프 마라톤을 뛰어봐요, 그만한 가치가 있어요.
-p.69

책 속에서는 저자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운동에 대한 러브스토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움직이지 않는 게 얼마나 나에게 잘 못하고 있는 것인지 반성하게 되었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날에만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는 움직이지 않으면 얼마나 손해인지 알게 되었다. 지난번 인생 러닝처럼 냄비처럼 달아오른 후 쉽게 식어버리는 게 아니라, 꾸준히 내 몸을 움직여서 나를 항상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인간 뇌의 목적은 오로지 움직임을 유발하는 것이다. 움직임은 우리가 세상과 교류하는 유일한 방식이다.
-Daniel wolpert- 

책을 읽기 시작 한 후로,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였다. 그것도 꾸준히. 내 일과 업무에 방해되지 않게, 아침에 꾸준히 규칙적으로 뛰기로 하였다. 달리기를 시작한 후로, 사소한 문제에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안정감이 생겼다. 

 

 

 

 

난 이렇게 매일 아침, 나에게 완벽한 보상을 주기 위해 내 본능을 따르기로 했다.

오래오래. 러닝과 사랑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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