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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사진의 온도차℃

by Sinclair R. 2020. 6. 23.

구글이미지와 내가 찍은 사진은 어떤게 다를까

멋진 풍경을 보면 카메라에 담고 싶은 마음이 솟아오른다

멋진 풍경을 보면 이 순간을 카메라 셔터를 눌러 기억 속 한 자리에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든다. 지난 여름 뉴욕을 여행을 하면서 새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지 않을세라 열심히 사진을 찍던 나에게 친구가 물었다. "요즘은 열심히 찍지 않아도 구글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왜그렇게 힘들게 찍니?" 

'구글에 검색하면 다 나온다.'라는 말이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의 논리에 반박할 수 가 없었다. 왜냐하면 구글이미지가 내가 손수 찍은 경관보다 더 멋지게 연출된 사진들이 즐비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의 말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검색해서 나오는 구글 이미지와 내가 찍은 사진은 '엄격히 다르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내가 보는 내 경관과 내 풍경을 계속해서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구글에 "Brooklyn Bridge"를 검색한 결과 어마무시하게 멋진 사진들이 나온다 

그렇다면 구글 이미지와 내가 찍은 이미지은 어떻게 다를까?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이미지는 별반 다를게 없을터인데 무엇이 다르길래 나는 그의 말을 동의할 수 없었을까?

그때 당시엔 풍경에 대해서 사유하고 고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친구의 논리에 무력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카무라 요시오의 《풍경의 쾌락》을 읽고 정리하면서 풍경의 의미를 곱씹으며, 어떻게 다른지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나카무라 요시오의 풍경의 쾌락

《풍경의 쾌락》에서 나카무라 요시오는 "도대체 환경은 어떻게 풍경이 되는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풍경과 풍경을 즐기고 디자인하는 방향에 대해서 말한다. 책 속에서 저자가 풍경을 이야기하면서 풀어나가는 예시들은 대부분 일본을 배경으로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다보면 여러 일본의 고전, 현대 경관을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수 있다. 

풍경을 보는 것은 시점과 시선을 이용한 창조적인 행위

나카무라 요시오는 풍경을 "빛과 시점의 변화에 의해 무한히 생성하는 만화경의 세계"라고 정의한다. 어떠한 틀에 얽매여있지 않고 빛과 보고자하는 화자가 있다면 풍경은 생성될 수 있다. 이렇듯, 풍경을 보는 것은 시점과 시선을 이용한 창조적인 행위이다. 또한, 풍경은 보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의 소리, 촉감, 행동, 느낌을 여러가지 감각으로 향유할 수 있다.

이렇듯, 풍경을 즐기는 것은 화자의 주관적인 해석과 생각을 내포하는 예술행위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풍경을 창조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어 특수한 행위를 요구하지 않고도 특별한 의미를 생성해낸다. 

구글 이미지에서 가져온 Brooklyn Bridge
내가 담아낸 Brooklyn Bridge

그렇기 때문에, 구글이미지와 내가 찍은 이미지가 담고 있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내가 찍은 이미지는 그 여행을 하면서 내가 느낀 여러가지 감정과 감각들이 담겨있는 유일무이한 창조물이다. 적어도 나에게 만큼은 사진들을 보면서, 그때 그 장소와 경관에서 느낀 감정들을 회고할 수 있다. Brooklyn Bridge의 뼈대를 보여주는 사진 한장은 피부에 닿던 바람의 간지럼과 강바람의 냄새를 피우고, 나처럼 Brooklyn Bridge를  즐기던 다른 여행객들의 웃음소리도 들려준다. 해질녘 그 장면을 내가 무슨생각으로 향유하였는지 창작자인 나는 그 사진에서 여행의 온도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구글 이미지는 내가 찍은 이미지보다 더 멋지게 표현되어있지만, 표면적이고 시각적인 정보만 얻을 수 있을 뿐이다. 물론, 그 사진을 찍은 화자에게 그 이미지는 다른 여러 의미를 내포할 수 도 있겠지만. 

같은 장소를 즐기고 같은 경관을 바라보고 있더라도 개개인은 다른 창조물을 만들어 낼수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풍경이 바람직할까? 풍경은 주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사람들마다 각자의 기준에 맞는 정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또한, 시대마다 달라질 것이다. 풍경을 향유하는 것은 고정되어 정지하지 않고, 유동적인 생명체처럼 계속 바뀌어나가는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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