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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스토너

by Sinclair R. 2022. 2. 18.

어느 기대 없이 단순히 표지가 예뻐서 산 책

여느때와 같이 교보문고에 들러서 여러 책들을 구경하던 중에 손에 잡혀 구매하게 된 책이다. 그냥...뭐랄까 책 표지가 내 마음을 이끌었다. 표지가 예쁜 책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몰랐고, 누군가의 읽어보라고 추천해준 것도 아니며, 오로지 표지 디자인 하나만으로 읽고 싶은 마음이 든 책이었다. 그래서 샀고, 그래서 읽어봤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초판본 Book cover design by Ellen Raskin(book artist) 


"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스토너가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질문은 이 한가지다. "넌 무엇을 기대하였나."  그러게...책을 덮고나서 내 인생에서 나는 어떤 걸 기대하고 살고 있을까 곱씹게되었다.

책을 한장 한장 읽으면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 마음이 아팠다. 읽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왜냐하면 나 또한 학교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비슷하게 겪었던일이었고 학교 안의 정치싸움과 같이 고구마 답답한 감정을 소설 속에서 똑같이 느꼈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은 스토너라는 인물이 주인공이지만, 우리 또한 스토너의 일부로서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스토너는 특별했다. 특별할 거 없는 인생에도 스토너는 억울하고 답답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학문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했기때문이다. 좋아하는 걸 끝까지 놓치지 않고 품고 갔다. 주변에서 아무리 괴롭히고 물고 뜯더라도. 그게 스토너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물론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포기할 수 밖엔 없었지만, 그거 또한 현실적이고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하게 느껴졌다.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서술할 수 있다니. 그리고 마지막 스토너의 독백으로 "난 무엇을 기대하였나" 라고 맺어지는 이야기는 나에게 긴 여운을 남겼다.

표지에 대해서

나는 북커버디자이너가 표지를 통해 어떤걸 독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었는지.. 전달하고 싶었는지 추측해보는 걸 좋아한다. 책을 읽기 전 표지의 느낌과 책을 읽고난 후 표지가 전해주는 메세지를 찾는 과정의 즐거움을 말이다. <스토너>를 읽어본 독자라면 이 표지가 전하는 장면이 뭔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너>를 읽기 전 표지에 대한 내 느낌은 "전체적으로 노란 느낌과 창문.. 그리고 창문 속에서 그려지는 까만 나무와 신전같은 기둥들..." 이라는 책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깔끔하고 매력적이 느낌을 보내왔다.

<스토너>를 읽고 난 후 표지는 내게 사뭇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마치 내가 스토너가 되어 그의 연구실 창문너머 바라보던 학교 밖의 풍경들이 보였다. 그가 느끼던 씁쓸함을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며, 그의 연구실에서 온 열정을 쏟던 그 몰입력 또한 강렬한 노란색에 뭍어나 있었다. 또한, 스토너가 어느순간 모든게 무의미하게 느끼면서 그저 멍때리며 내려다 보던 그 풍경이 있었다. 전쟁으로 인한 폐허와 그래도 여전히 학문이 존재하는 학교가 창문밖 앙상한 나무와 학교의 기둥으로 표현이 되는것이..이런 여러가지를 이 표지 안에 담은 것에 감탄하였다.

초판본의 북디자이너는 엘렌 래스킨(Ellen Raskin)으로 20세기 미국에서 활동한 아동문학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스토너 초판본말고 다른 버전의 표지들도 있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 초판본의 표지에 큰 감동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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