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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울분

by Sinclair R. 2022. 2. 19.

필립 로스의 <울분>은 북튜버 겨울님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겨울님의 유튜브에서 극찬을 하기도 했고, 라디오 북클럽에서 <울분> 파트를 듣기도 해서 언젠가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북리스트에 담아놓았었다. 그리고 오늘이 돼서 울분을 다 읽게 되었다.


<울분> 필립로스, 표지 디자이너 윤종윤

이 소설의 첫 문장이 내 마음 속에 궁금증의 씨앗을 쏙 심어놓았다. 한 소년의 작은 선택으로 인해 비극을 맞는 이야기라고 들었는데..... 첫 문장은 아래와 같다.

p13.
1950년 6월 25일 소련과 중국 공산주의자들의 지원으로 무장한 북한의 정예 사단들이 38도 선을 넘어 남한으로 들어가면서 한국전쟁의 고통이 시작되었고, 나는 그로부터 두 달 반 정도 뒤에 뉴어크 시내에 있는 작은 대학 로버트 트리트에 입학했다. 

위와 같이 한국전쟁의 시작과 이 소설은 시작된다. 미국 뉴어크에 살고 있는 갓 20살이 된 소년 마커스 메스너의 이야기와 한국전쟁이 어떻게 연결고리를 맺는지....? 의문을 가지며 이야기를 따라갔는데, 소설의 후반부에서 내 뒤통수를 치는 작가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와... 대박." 

어린 나이에 죽는다는 것 자체가 울분

진짜, 별거 아닌 일들이. 별 큰 선택이 아닌 일들이. 젊은 나이에 죽음으로 이끌고 끝을 맺었다. 소설의 후반부는 정말 빠르게 읽혔다. 억울하고 분통함의 연속에서 일어나는 상황들. 사실 제일 분통하고 억울한 일은, 21살 어린 나이에 죽었다는 사실 아닐까. 

이 소설을 전체적으로 내가 이해한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견해로 저자가 "한국전쟁"이라는 주제를 가져온 것부터 울분을 충분히 담아내었다. "전쟁"자체가 사상과 견해의 대립으로부터 일어난 작은 불씨가 어느새 큰 불씨가 되어 서로를 향해 총과 대포를 쏘아대게 만드는 상황이니까. 이데올로기 싸움이 번져 아무 연고 없는 국민들이 같은 민족을 처참히 죽이는 상황 자체가 울분이라고 다시금 곱씹게 되었다. 

소설 후반부에 나오는 <팬티 사건>처럼, 그냥 눈이와서 눈싸움을 했을 뿐인데 어쩌다 보니 눈이 아니라 맥주캔을 던지면서 피를 흘리고, 피를 흘리다 보니 다 같이 미쳐서 주먹질하는 싸움이 더 크게 번져 여학생 기숙사까지 쳐들어가서 반란을 꾀하게 되는 것처럼. 우리 역사의 최대 비극 한국전쟁을 작가는 마커스 메스너의 삶과 연결 지어 이야기하고 있다. 

겨울님이 이야기 하던 "필립 로스가 필립 로스 했네."라는 뜻이 뭔지도 조금 알 거 같다. 작가가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힘이, 장난이 아니다.  

먹 묵으로 표현한 듯한 표지

책을 읽기 전에 표지가 이 소설에 대해서 표현하고자 하는 게 뭘까 했는데,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윤종윤 디자이너님의 표현력에 감탄하였다. 나였다면.. 이 내용을 어떻게 표현을 하였을까? 고민이 된다. 추상적 느낌의 표지인데, 먹묵느낌과 색톤과 종이 재질로 억울함과 분노의 느낌을 잘 표현한 거 같다. ㅎㅎ 나라면... 어떻게 표현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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