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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습지의 정화 기작

by Sinclair R. 2020. 3. 16.

Swamp near New Orleans, Louisiana. Credit: ©Karen Fox-Image Source/Getty Images

습지는 생태계의 보고로 다양한 생물들의 핵심 서식처이다. 하지만 습지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기까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오히려 습지는 과거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곳이었다. 습지를 형용하는 단어를 보면, "Murky swamp"라고 해서 습지는 어둡고 탁하며 음침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것을 알 수 있다.

1980년대 미국에서는 "Swamp thing"이라는 DC 코믹스의 히어로즈 만화에 묘사된 습지 속 영웅은 마치 호러물을 연상시키는 것처럼, 시커먼 뭍 속에서 형태를 알 수 없는 초록괴물과 같이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 더구나 말라리아역병을 전파하는 모기가 습지생태계에서도 서식하기 때문에 과거 사람들에게 습지는 백해무익하며 피해야하는 두려운 장소로 인지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농업생산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토지개간을 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하였을 때, 사람들은 습지를 가장 우선순위로 개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전 세계의 토지 유형 중 습지의 비율은 고작 6% 밖에 되지 않는다. 습지를 개간하여 농작물을 기르는 것이 과연 득을 보는 것일까? 아니다. 습지는 보다 더 다양한 생물체에게 유익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태계로 환경을 보전하고 유지할 수 있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습지는 야생동물의 서식처를 제공해주며, 홍수를 예방할 수 있고, 수질 정화 기능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곳이다.

 

그렇다면, 겉으로 보기엔 어둡고 탁한 습지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오염수질을 정화할 수 있을까?

이미지 출처: https://www.wwf.org.hk/ © WWF-Hong Kong

습지생태계에서는 다양한 수생식물과 미생물, 저서생물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수질개선이 이루어진다.

첫 번째 기작은 수생식물 근계조직이 미생물에게 먹이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대형 수생식물의 뿌리조직에는 수중 속에 있는 입자상 물질을 전기적, 기계적으로 퇴적 및 흡착시킬 수 있다. 오염된 물질이 뿌리에 퇴적˙흡착된 후 미생물의 먹이원으로 제공되어 수중 속에서 제거된다. 두 번째 기작은 수생식물의 통기조직이 미생물의 유기물분해활동을 촉진시킨다. 수생식물에는 통기조직(aerenchyma: 수중식물에서 나타나는 그물 또는 관모양의 공극)을 통해 근계조직으로 산소를 전달할 수 있다. 전달된 산소는 미생물에게 유기물 분해활동을 촉진한다. 미생물의 유기물 분해를 통해 생성된 영양염류는 식물이 성장할 수 있는 영양원이 되고, 식물이 합성하는 유기물과 대사물질은 또다시 미생물의 먹이로 제공된다. 세번째 기작으로는, 중금속이나 방사선 물질과 같은 물질을 직접흡수하여 요소대사를 통해 정화한다. 네번째 기작으로는 수생식물과 저서생물의 작용이다. 수생식물이 자라는 곳에서 저서무척추생물들에게 서식처를 제공한다. 이 생물들은 유기물질을 쇄설 및 분해를 촉진시켜서 무기화된 영양물질을 만든다. 수생식물은 무기화된 영양물질을 다시 흡수하여 성장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https://www.chesapeakebay.net/issues/wetlands Produced by Will Parson

여러 가지 요인으로 사람들에 의해 환경을 저해시키는 오염물질들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지만, 습지생태계에서는 여러 생물체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수질을 정화시켜주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다. 사람들은 멀리 내다보지 않고 단순 짧은 순간의 이득을 위한 경제논리에 의해, 농작물을 기를 수 있냐 없냐의 생산성의 기준으로만 판단하여 습지를 개간하였다. 하지만 습지가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인 역할과 생태계보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이상, 현재 남아있는 습지를 보전하고 더나아가 황폐화되어가고 있는 습지를 복원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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