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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사랑의 기술

by Sinclair R. 2022. 2. 27.

"연애를 글로 배웠습니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정작 연애를 해보지 않고 책에서 아니면 인터넷 웹에서 떠도는 수많은 연애 경험담과 충고들을 학습하였다는 뜻이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정작 센스 있게 행동하지 못하는 어설픈 연애경험을 하는 웃픈 상황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이들이 잘한 점은, 최소한 연애를 배워보려고 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상대방과 잘해보기 위해서 "사랑의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 글로 학습을 했다는 뜻인데, 사랑에 대한 기술을 터득한다는 게 말이 될까?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내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에리히 프롬의 팬이다. 그래서 에리히 프롬의 작품을 여러권 읽어보았다. 특히 꼭꼭 씹어 읽어본 책으로는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로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 대중적으로는 <사랑의 기술>이 가장 유명하게 알려진듯하나 정작 나는 이 책을 한참 뒤에 읽게 되었다.

20살 초반 <사랑의 기술> 제목을 보고는 "사랑"과 "기술"이라니 라며 호기롭게 책을 펼쳤지만 에리히 프롬의 문체는 나에게 너무 어려웠고 금방 덮어버렸다. 그리고 최근래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와 <소유냐 존재냐>를 다 읽고 나서, 그의 문체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사랑에 대해서는 어떤 관점으로 적었을까 싶어 책을 꺼내 읽어보았다.

p.18
사랑의 경우, 포기는 불가능하므로, 사랑의 실패를 극복하는 적절한 방법은 오직 하나뿐인 것 같다. 곧 실패의 원인을 가려내고 사랑의 의미를 배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p.74
사랑은 한 사람과, 사랑의 한 '대상'과의 관계가 아니라 세계 전체와의 관계를 결정하는 '태도', 곧 '성격의 방향'이다.

 

에리히 프롬의 주옥같은 분석이 담긴 책이다. 이 한권을 총망라한 한 문장은, "우리는 사랑을 해야 하고, 사랑을 통해 성숙해나가는 존재다."가 아닐까? 

사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 하는가>와 <소유냐 존재냐>에서도 다루고 있는 중요한 주제 "자유" 그리고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이 담긴 글이다. 소비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자신을 상품화하며 자신의 가치를 팔기 급급된 현실을 비판한다. 이러한 문맥은 에리히 프롬의 저서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이 배경을 바탕으로 사랑에서도 현대인들이 사랑에 대해서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 아닐까? 

50년이 다 된 책이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고 있고, 읽으면서 소비주의에 대한 비판이 공감되는 나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하지만 에리히 프롬은 항상 마지막에 그 해결책,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언급하며 희망적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사랑의 기술>에서는 사랑이 결여된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분석해서 사랑을 함으로써 우리가 어떻게 잘 살 수 있는지 고찰해보는 과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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