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Bird Conservancy
새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죽어가고 있다. 자연의 섭리로 인해 개체군 중 약한 개체가 죽거나 포식자에 의한 죽음은 생태계 균형을 조절하는 과정이다. 문제는 인간이다. 인간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무분별한 포획, 서식지의 파괴로 인한 죽음은 생태계 균형을 심각하게 무너트리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영향으로 인한 새의 죽음도 적잖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있다. 간접적인 영향으로 사람들이 만들어낸 건축물, 인공구조물에 의해서도 새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사람들도 아마 예상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새를 죽이기 위한 의도로 설계한 환경은 아니지만 생명체의 죽음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어이없는 죽음은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까?
유리창과 새의 충돌
새의 죽음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서식지파괴에 의한 죽음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비율로 유리창과 충돌에 의해 새들이 죽어 가고있다. 2018년 Samantha Nichols의 논문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 새와 유리창충돌로 365-988백만마리의 새가 죽는다고 밝혔다. 최근 호주에서는 2000마리 밖에 남지않은 절멸위기종 위급단계(critically endangered)의 소녀앵무(Lathamus discolor)가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약 30마리가 죽었다고 Stepthen A. 박사가 전했다. 한국 환경부에서는 2017년 12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전국의 건물 유리창, 투명 방음벽 등 유리인공구조물 56곳 조류충돌발생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378마리 조류의 폐사를 발견하였고 이에따라 환경부는 인공구조물에 의한 조류폐사수를 연간 800만 마리로 추정하고 있으며 <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 대책>을 수립하였다. 이와 같이 유리 인공구조물과 새의 충돌에 의한 죽음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왜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히는 걸까? 사실 새들만 유리창에 부딪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도 유리창 충돌 사고를 종종 당한다. Google에 “Walking into glass door”을 검색하면 여러 장의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아무 생각없이 걷는 사람들이 유리창에 충돌사고를 종종 겪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사람들처럼 새들도 비행에 한눈을 팔아 유리에 부딪히는 것일까?
새와 사람은 다르다: 유리 속 자연을 향해 날다
대부분의 유리는 투명해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이 유리판에 부딪히는 이유는 정말로 한눈을 팔아서 그렇다. 유리판을 지각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길을 따라 나가는 길에는 문이 있다’라는 학습된 경험을 두뇌에서 판단하거나 투명한 유리 사각에 있는 문틀을 보고 유리의 실제를 인지하지 시각을 통해 유리판을 보는 것이 아니다. 인지능력을 가진 사람과 다르게 새는 시각을 사용하여 유리판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행동한다. 건축물의 유리는 설계된 각도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져 주변경관을 반사하거나 내부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에 새는 주변 경관을 반사하는 유리창 속 자연을 향해 돌진하고, 투과된 유리를 넘어 보이는 곳을 향해 비행하거나 작은 유리창도 숲 속에 있는 나무가지 사이통로라고 오해하여 그대로 쿵 유리창과 충돌해 버린다. 유리문에 심하게 부딪힌 사람도 코뼈가 부러질 만큼 상처를 입는데 시속 36~72km에 달하는 속력으로 날아오는 새에게 유리문과 충돌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투명한 창을 통해 바깥을 시원하게 볼 수 있는 건축물의 유리 설계가 새들에게는 생사의 위협이 되고 있다. 새들의 삶을 생각해서 앞으로 건설되는 건축물의 유리창을 없앨 순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이미 계속 위협이 되고 있는 기존 건축물의 유리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조류협회는 사람들의 쾌적성과 새들의 삶을 함께 고려하여 최소한의 창을 가진 건축물 설계하거나 유리면의 설계 각도를 조절하여 반사나 투과를 최소화하는 재료를 선택 시공하는 것이 좋다고 건축물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또한 기존 건축물의 유리창에는 패턴을 줌으로써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새의 크기를 고려한 5 ×10cm의 ABC 반사테이프를 부착하거나 그물망 등을 방해물을 이용하여 유리창을 향해 날아오지 못하도록 예방법을 제안한다.
배려하는 설계하기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한다라는 의미이다. 탁 트인 경관미를 제공하는 건축물의 유리창이 새들의 입장에서 심각한 위협이 되는 흉기였던 것을 사람들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어이없는 새들의 죽음은 그들의 시각으로 생각해보라는 알림이다. 수백만마리의 새들의 죽음을 통해 사람들이 만든 인공환경물들이 다른 생물들에게 얼마나 큰 부정적 영향을 주는지 깨달아야 한다. 다른 생물들과 모두 연결된 생태계에서 그들의 삶을 배려하는 인간의 설계는 모든 생물체들이 위험에 빠트리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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